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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12

불면의 습관 통 잠에 들지 못하는 요즈음이다.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잠에 들지 못할 것'이라고 믿게 된 것이 주된 원인인 것 같다. 군 입대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드느라 속이 편치 못한 것도 있고, 무언가 할 일이 남아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묘한 죄책감도 들어서 그냥 멀뚱히 눈을 뜨고 유튜브나 보고 노래나 들으면서 새벽이 오길 기다리는 것 같다. 사실 할일이 없지는 않다. 대학교에 처음 입학한 직후부터 쭉 나만의 사업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다는 꿈을 키워왔고, 이제 비로소 그 사업의 론칭을 앞두고 이것저것 서류 작업이니, 제품 디자인이니 하고 있기도 하고, 그것과 별개로 앱 개발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설계 작업을 하고 있기도 하다. 잠이 안 온다면 일어나서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공부.. 2019. 8. 22.
0. 학생총회니, 회의니, 이것저것 일이 많아 학교에 밤까지 있다가 12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역삼에 도착한 날이 있었다.(나는 역삼에서 자취중이다) 역삼 소재의 작은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여자 친구는 그때에도 퇴근하지 못하고 남은 작업들과 개인적인 일들을 해결하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집에 가지 않고 잠깐 그녀를 보러 사무실 앞으로 찾아갔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웃는 얼굴로 서로를 껴안았다. 하루 중 유일하게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맛의 평온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시간— 나는 그 미소 뒤에 무엇이 있는지 쉬이 상상하지 못했다. 나의 하루만큼, 그녀의 삶도 또다른 의미로 고단하고 치열했을 것이라 상상할 뿐이었다.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 하루 끝에 미소 짓는 것. 나는 정확히 어.. 2019. 5. 30.
감정에 대하여 가끔 아무런 생각 없이 글만 쓰고 싶은 때가 있다. 특히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인생에 휘몰아쳐 들어왔다가 나간 날이라던가, 내 안에서 솟아난 감정들이 나도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달아난다던가 하는 날에는 내가 집착하던 모든 공부, 일, 인간관계 따위의 것들을 내려두고서 가만히 방 안에 틀여 박혀서 혼자서 컴퓨터 자판이나 두들기고 싶은 것이다. 이럴 때 내가 꿈꾸는 이미지는 대강 이렇다. 좁은 방. 반투명한 유리창. 회색빛이 어렴풋이 들어온다. 우중충한 날씨에 고요한 적막.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옷들과 이불, 베개, 그리고 그 비슷한 것들. 나는 이 방 안에서 엎드리기도 하고, 일어서기도 하고, 기지개도 켜고, 그러나 대개는 웅크려 앉은 채로 골똘이 생각에 잠겨 조심스레 그것들을 활자로 옮기.. 2019. 5. 21.
인쇄물 제작 용어 정리 (1) RGB와 CMYK 인쇄 제작업체로 넘길 때 RGB로 색상표현 된 거 말고 CMYK로 바꿔서 보내라는 얘기가 있음. 그냥 웹사이트 개발할때는 CMYK가 별로 필요하지 않다만…인쇄에서는 이걸 사용하지 않으면 인쇄가 전혀 다른 식으로 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소리가 있음. CMYK는 우리가 어릴 적 미술시간에 배운 Cyan, Magenta, Yellow의 약자에다가 Black의 농도를 표현하는 K가 추가된 것. RGB가 빛에 구현한 색상 구현 원리라면, CMYK는 잉크에 기초한 색상 구현 원리라네. 그런데 CMYK가 기본적으로 RGB에 비해 구현할 수 있는 색 표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왜냐면 물감은 섞을수록 명도와 채도가 낮아지므로…그래서 조르쥬 쇠라 같은 놈들이 점묘화 그리고 한 거 아니겠나. 이렇게.. 2019. 5. 7.
짧은글(2): "사투리 좀 고쳐라!" 최근 한 커뮤니티에 자신의 학과 친구에게 "사투리를 고쳐달라고 부탁했더니 그 친구가 화를 냈다"라며, 자신이 그렇게 잘못한 것인지를 묻는 글이 올라온 일이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어 보이는 그 글에, 수많은 사람들, 특히 "지방 사람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지방 사람"- 나는 지방 사람이다. 나의 고향은 광주광역시이다.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서울 사람들과 교류하고, 지금은 계속 서울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제 내 입에선 자연스럽게 '서울 말'이 나오지만, 여전히 나는 가끔씩 사투리를 쓴다. 예를 들어서, 나는 "짧다"를 [짤따]라고 발음하는 것이 아니라 [짭따]라고 발음한다. 나는 내 고장 사람들이 '짧다'를 [짤따]라고 발음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문법 공.. 2019. 4. 29.
짧은글(1) : 짧은 글쓰기 하루에 하나씩 학교에 가는 시간동안 짧은 분량의 글을 쓰는 것은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내가 한 편의 글을 쓰는 데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소설가처럼 애초에 그것이 업인 사람들이야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나같은 경우는 앞으로 쓰게 될 많은 글들이 어디까지나 도구적인 성격을 가지고 내 생각을 명확하게만 전달하면 끝인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나처럼 한 편짜리 글을 쓰는 데에 엄청난 심혈을 기울여 쓰는 놈은 나름의 '포기' 연습이 필요하다. 하루에 한 편씩, 학교에 가는 길에 주제 하나를 아무거나 골라서 그것에 관한 나의 생각들을 빠른 시간 안에 정리하는 연습을 해 보자. 생각의 속도를 높이는 데에도, 여러 작업의.. 2019.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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