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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10

음각된 타자: 게임 <NOISE 1> 본 글에서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게임은 [NOISE 1][1]이라는 게임입니다.게임의 소개에 앞서, 저의 지식으로 당장 증명할 수 없는 심증을 짚는 것으로 글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즉, 우리가 무언가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인식 그 자체는 언제나 일정 부분 결손되며, 그것을 메꾸는 것은 인간 자신의 본연적 상상력 -- 비슷한 무언가 -- 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인식이라는 것은 감각적인 결여를 의미할 수도 있고 또는 시간적 결여, 즉,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전 과정을 지켜보지 못하는 경우일 수도 있겠습니다. 또 한 가지가 더해지는데, 바로 대상과 나 사이의 근원적인 차이, 즉 내가 너, 그, 그녀, 혹은 그것이 될 수 없다는 현실에서 비롯한 존재들 간의 근원적인 거리입니다. 나와 타자 사이의 공허는 마치 강.. 2025. 1. 6.
곰문곰문: 모달리티의 중첩 몇 년 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곰문곰문'에 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우연히 생겼다. 생각보다 지적인 자극을 유발하는 지점이 있어, 다른 곳에 작성한 글의 일부를 빼와 이곳에 정리한다. 곰문곰문 다음은 몇 해 전 SNS 등 온라인상에서 잠깐 화제가 된 적이 있는 웹 소설의 일부입니다. (‘노벨피아’라는 플랫폼에 올라온 야한 소설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제목이 나오지 않습니다.) 내용은 일반적인 웹소설과 별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마지막 줄만큼은 아주 참신합니다. 주인공이 죽인 곰이 비탈길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장면을 ‘곰 문 곰 문 …’으로 표현한 것이죠. 텍스트와 이미지의 묘한 경계에 위치한 ‘곰 문 곰 문…’은 문자의 한계를 뛰어넘어 독자로 하여금 어떤 이미지를 상상하게 합니다. 180도 회.. 2024. 3. 18.
자본과 인간성의 등가교환 : 영화 <정이> 리뷰 영화 가 공개된 지 좀 지났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양분되는듯하다. 하나는 “쥰내 재미없다!!!!!”, 다른 하나는 “그럭저럭 볼만하던데?” 물론 그 외에 영화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한국에서도,,, 이제는,,, 이런 영화가 나와줘야지,,,”하는 거시적인(?) 시각의 사람들도 있긴 하다. 나는 “그럭저럭 볼만하던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 어떤 점을 흥미있게 봤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어쩌면 “쥰내 재미없다!!!”하면서 봤을 당신도 “이렇게 보면 그래도 흥미로운 지점들을 찾을 수 있구나" 정도의 생각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야기는 도식이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도식’에 관해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겠다. 이야기는 하나의 도식이다. 도식이라 함은 현실 세계의 어떤 측면을 인식하는데 도움을 주.. 2023. 2. 6.
서사가 문화를 담는 방식: [퀸스 갬빗]의 젠더, [뤼팽]의 인종 스포 있습니다!!! 몇 달 전,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이 꽤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인기를 끈 이유는 물론 다양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그 서사가 [사이코지만 괜찮아] 류의 서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주인공 남녀 간의 관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서사에서 제공하는 박진감 또한 상당 부분 그 둘 사이 관계에 걸린 강한 장력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결국에는 [퀸스 갬빗]과 [사이코지만 괜찮아] 모두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이겨내는 방식을 조망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타인의 개입과 동시에 소멸되는 감정이기에 가장 개인적인 것이고, 그러므로 가장 보편적이고 해결하기 어려움 부정적인 감정이기도 하다. 둘 모두 (다소 거칠게 설명하자면) ‘나에게 대체 왜 이렇.. 2021. 1. 18.
[소설] 렛미인: 소극적 반달리즘 외로운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은 욘 A. 린드크비스트의 「렛미인」은, 그 기괴하고 어두운 배경과 맞물려 「트와일라잇」같은 보통의 뱀파이어 소설과는 구별되는 매우 독특한 서사 구조를 형성하면서도 미성숙한 개인이 완전히 다른 누군가를 받아들이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매우 섬세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는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이러한 작품에 대한 주된 해석은 잠시 제쳐두고, 작중에서 은연중에 드러나는 근대화에 대한 작가의 부정적인 인식과,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된 개인들의 대응 방식을 간략하게 살펴보면서 작품에 대한 보다 풍부한 해석을 시도해 보려 한다. 이러한 작업은 먼저 서사의 배경이 되는 스웨덴 스톡홀롬의 교외 지역에 위치한 ‘블라케베리’ 라는 도시에 대한 이해가.. 2019. 6. 9.
[소설]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 : 언어의 냉소 이창래의 『영원한 이방인』은 원제인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가 암시하듯, ‘언어’에 대해 다루는 소설이다. 550쪽이 넘어가는 소설에 대한 평 치고는 지나치게 단순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소설에서 언어라는 것이 함축하는 의미는 굉장히 다층적이고 복합적이다. 그것은 이 작품이 언어를 그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우리의 삶 깊숙한 곳에 실재하는 현상으로 바라보고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이자 우리가 우리 주변의 세계를 인식하고 표현하는 도구이다. 이러한 설명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처럼 사전적인 서술에 불과한 문장으로는 언어를 완전히 표현했다고 할 수 없다. 차라리 언어가 인간의 삶 자체라는 설명, 인간의 삶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은 것이.. 2019.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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