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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4

[소설]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 : 언어의 냉소 이창래의 『영원한 이방인』은 원제인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가 암시하듯, ‘언어’에 대해 다루는 소설이다. 550쪽이 넘어가는 소설에 대한 평 치고는 지나치게 단순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소설에서 언어라는 것이 함축하는 의미는 굉장히 다층적이고 복합적이다. 그것은 이 작품이 언어를 그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우리의 삶 깊숙한 곳에 실재하는 현상으로 바라보고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이자 우리가 우리 주변의 세계를 인식하고 표현하는 도구이다. 이러한 설명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처럼 사전적인 서술에 불과한 문장으로는 언어를 완전히 표현했다고 할 수 없다. 차라리 언어가 인간의 삶 자체라는 설명, 인간의 삶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은 것이.. 2019. 4. 29.
예술 비평은 객관적일 수 있는가? 이 글의 목적은 예술 작품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나는 다소 직관적인 문제 상황을 가정하는 것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해 보고자 한다. 1. 선택 문제 위 사진에 나온 작품의 제목은 “버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About things you can throw away)”이다. 왼쪽은 설치 직후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철거하기 직전의 모습이다. “테크놀러지와 예술: 전시예술공학” 수업의 기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나흘간 문화관에 설치되어 있던 작품으로, 나를 비롯한 4명의 학생들이 함께 설치한 것이다. 이 작품은 전시가 진행되었던 당시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던 전시회인 “버릴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About things you can’t throw.. 2019. 4. 26.
[소설] 토니오 크뢰거 토니오 크뢰거의 이원적 세계관 “인간은 인간이 지닌 인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초견적으로는 상당히 오만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질문을 한다는 것은 ‘인간 인식의 한계’와 ‘한계 너머의 것’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이 인간인 이상, 우리가 우리 자신의 한계를 어떻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며, 그 한계가 존재하는 이상 한계 너머의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마치 앞을 못 보는 어부가 너무 작아 자신의 그물망을 다 빠져나가버리는 물고기들을 관찰하려는 수준의 노력을 요한다.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상, 단 한 번도 인식해보려 하지 않았던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존재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사실상 우리가 가진 .. 2019. 4. 9.
[영화] 메멘토 사막을 건너는 법: 영화 『메멘토』가 그리는 극사실주의 인생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을 때 거기에 확신을 가지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설사 삶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일이 있을지라도, 거기에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던지면 결국에는 할 말을 잃게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뤽 베송 감독의 영화 『그랑블루 (Le Grand Bleu, 1988)』에서 잠수부인 주인공 자크는 연인 조안나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다. “가장 힘든 건 바다 맨 밑에 있을 때야.” “왜?“ “왜냐하면 다시 올라와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하거든. 난 항상 그걸 찾는 게 너무 어려워.” 인간은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없고, 당연히 바다 밑바닥에서 올라오지 않는다면 죽을 것이기에, .. 2019.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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