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9 점, 선, 면 자리가 부족했다.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 조용한 공간- 그 공간의 적막을 채우는 것은 가끔씩의 덜컹거림, 그리고 언제나처럼 매 정거장마다 몇 십 초 뒤의 미래, 그리고 조금 더 먼 미래의 전철에 대해 예언하는 지하철의 안내멘트 뿐이었다. 이른 아침, 아직 해가 뜨지는 않았지만 너무 이르지도 않은, 수많은 영혼들이 비로소 피곤을 털어내고 그들의 삶을 전철에 실어보내기 위해 준비하기 시작할 바로 이 시간의 이 전철에는 언제나 자리가 조금씩 부족하다. 퇴근시간의 지하철처럼 곧 터질 것처럼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어찌 보면 한산하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의 수만이 지하철의 넓은 공간을 무색하지 않게 채워 넣고 있었다. 낭랑한 안내멘트와 함께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작은 체구.. 2019. 4. 8. 이전 1 ··· 11 12 13 1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