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8

[소설] 토니오 크뢰거 토니오 크뢰거의 이원적 세계관 “인간은 인간이 지닌 인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초견적으로는 상당히 오만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질문을 한다는 것은 ‘인간 인식의 한계’와 ‘한계 너머의 것’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이 인간인 이상, 우리가 우리 자신의 한계를 어떻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며, 그 한계가 존재하는 이상 한계 너머의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마치 앞을 못 보는 어부가 너무 작아 자신의 그물망을 다 빠져나가버리는 물고기들을 관찰하려는 수준의 노력을 요한다.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상, 단 한 번도 인식해보려 하지 않았던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존재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사실상 우리가 가진 .. 2019. 4. 9.
점, 선, 면 자리가 부족했다.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 조용한 공간- 그 공간의 적막을 채우는 것은 가끔씩의 덜컹거림, 그리고 언제나처럼 매 정거장마다 몇 십 초 뒤의 미래, 그리고 조금 더 먼 미래의 전철에 대해 예언하는 지하철의 안내멘트 뿐이었다. 이른 아침, 아직 해가 뜨지는 않았지만 너무 이르지도 않은, 수많은 영혼들이 비로소 피곤을 털어내고 그들의 삶을 전철에 실어보내기 위해 준비하기 시작할 바로 이 시간의 이 전철에는 언제나 자리가 조금씩 부족하다. 퇴근시간의 지하철처럼 곧 터질 것처럼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어찌 보면 한산하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의 수만이 지하철의 넓은 공간을 무색하지 않게 채워 넣고 있었다. 낭랑한 안내멘트와 함께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작은 체구.. 2019. 4. 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