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10 화장혀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19. 7. 5. 이비인후 사람들이 물밀 듯 들어왔다, 각자 잰걸음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사람이 나방도 된다. 그저 어디를 향해 가는 모습이 나방이다. 그럼 나방은 사람일까? 그는 그가 앉은 자리가 안전한지 확인하려는 듯이 바닥을 주먹으로 탁, 탁, 하고 내리쳐 보더니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그곳에 누웠다. 나는 나방은 아니다. 누에고치? 그것 치곤 그는 너무 더럽고 냄새났다. 그의 코는 이미 그의 냄새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그래서 그는 가끔 그의 냄새가 그립다. 그리운 그의 냄새, 이젠 너무 익숙해 잊어버렸다. 그가 누군가에게 다가가면, 그 누군가는 어찌됐든 내색하든 안하든 약간의 눈살 찌푸림을 보였는데, 그는 아마 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일 것이라고, 거의 구십오 퍼센트 정도 .. 2019. 4. 9. 메두사 그녀의 시체는 마치 그에게 시위라도 하듯이 방 한가운데에 당당히 놓여있었다. 형욱은 처음에 그게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민서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서는 울부짖었다. 세 달 전의 일이었다. 문을 열고 방 안에 들어올 용기를 갖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 민서를 느꼈다. 작은 방이었지만 민서에게 필요한 것들은 꼭 알맞게 늘어서 있는 방이었다. 적당한 크기의 침대가 창가에 놓여 있었고, 그 침대의 머리맡 왼 편에는 화장대가 있었다. 반대편 벽에는 책꽂이가, 그 옆에는 책상이, 그리고 조금 널찍이 떨어진 곳엔 옷장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모양에 특별할 것도 없는 방법으로 들어선 가구들. 소담하다, 라는 말은 그녀의 방에 꼭 알맞은 표현이었다. 방 안에는 세 달 치의 먼지가 쌓여.. 2019. 4. 8. 점, 선, 면 자리가 부족했다.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 조용한 공간- 그 공간의 적막을 채우는 것은 가끔씩의 덜컹거림, 그리고 언제나처럼 매 정거장마다 몇 십 초 뒤의 미래, 그리고 조금 더 먼 미래의 전철에 대해 예언하는 지하철의 안내멘트 뿐이었다. 이른 아침, 아직 해가 뜨지는 않았지만 너무 이르지도 않은, 수많은 영혼들이 비로소 피곤을 털어내고 그들의 삶을 전철에 실어보내기 위해 준비하기 시작할 바로 이 시간의 이 전철에는 언제나 자리가 조금씩 부족하다. 퇴근시간의 지하철처럼 곧 터질 것처럼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어찌 보면 한산하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의 수만이 지하철의 넓은 공간을 무색하지 않게 채워 넣고 있었다. 낭랑한 안내멘트와 함께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작은 체구.. 2019. 4. 8. 이전 1 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