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물은 Judith S. Beck의 《인지행동치료: 이론과 실제》(최영희, 최상유, 이정흠, 김지원 역) 제2판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교재의 내용이 아닌 제 개인적인 생각들은 빨간색으로 적어 둘 것이니, 참고하실 분들은 그 부분을 제외하고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직접 인용은 큰따옴표 또는 인용 문단에 이탤릭체로 표현해 두었습니다.
0. 인지 개념화란?
인지 개념화(cognitive conceptualization)는 치료자가 환자의 사례를 공식화(formulization) 하는 것으로, 환자를 이해하는 기본 틀이 된다. 공식화에 필요한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 환자의 진단은 무엇인가?
- 현재의 문제는 무엇인가?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발생하였으며, 어떻게 지속되고 있는가?
- 이러한 문제와 연관된 역기능적 사고와 믿음은 어떤 것인가? 환자의 생각과 관련된 반응들(감정적, 신체적 행동적)은 무엇인가? (49pg)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한 뒤, 치료자는 환자의 심리적 장애의 발전 과정이 어땠을지를 가설화한다. 가설화에 필요한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환자가 자신과 다른 사람, 그의 개인적인 세상과 미래를 보는 관점은 어떠한가?
-환자의 내재된 믿음(태도, 기대 규칙 등을 포함하는)과 생각은 무엇인가?
-환자는 역기능적 믿음에 어떻게 대처해 왓는가?
-환자의 심리적 문제를 유발하거나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가로막는 스트레스원은 무엇인가?
-환자의 현재 문제를 유발한 초기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 환자가 이러한 경험으로터 어떤 의미를 느꼈으며, 어떤 믿음이 강화되었는가?
-환자는 역기능적 믿음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인지, 감정, 행동적 방식(적응적이든 비적응적이든) 개발시켜 왔는가?
치료자는 환자와의 첫 만남때부터 마지막 만남까지 끊임없이 인지 개념화를 수정, 보완해 나가며, 이를 통해 효과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1. 인지 모델
인지행동치료는 인지 모델을 근거로 한다. 인지 모델은 사람들의 감정이나 행동이 어떤 상황이나 사건에 대한 그들의 지각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한다. 즉, "사람들의 느낌을 결정하는 것은 그 상황 자체가 아니고 그들이 그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인지행동치료자는 분명하고 표면적인 수준의 생각뿐만 아니라 그 기저에 있는 생각에 특히 관심을 갖는다.
상황/사건 |
예를 들어, 이 글을 읽는 동안 여러 수준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당신 생각의 한 부분은 이 글의 정보에 집중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당신이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매우 빠른 속도로 '평가적 사고'가 나타날 수 있다. '내용이 너무 어려워. 나는 이 내용을 이해할 수 없을 거야.' 라던가, '내용이 너무 단순해. 시간 낭비만 했군.' 따위의 생각들이 그러하다. 이런 생각들은 각각 불안감과 불쾌감으로 연결된다. "이런 사고들은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라고 불리며, 심사숙고하거나 합리적으로 판단한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사고들은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자동적 사고는 쉽사리 인식되기 어렵고, 곧이어 뒤따라 오는 감정의 변화를 인식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자동적 사고는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감정의 변화에 주목함으로써 자동적 사고를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불쾌한 기분이 들고, 역기능적 방식으로 행동할 때, 신체나 마음의 고통스러운 변화가 생길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때 내 마음 속에 스쳐간 생각은 무엇인가?'
"자동적 사고를 인식하게 되면, 그 사고의 타당성을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잘못된 자동적 사고를 깨닫고 이를 교정한다면 아마도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역기능적 사고가 합리적인 되새김 과정을 거치게 될 때, 일반적으로 그 사람의 감정은 변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동적 사고는 무엇으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보다 지속적인 인지 현상인 미듬(belief)에서 비롯한다.
2. 믿음
인간은 삶을 통해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에 대한 믿음을 형성해 나간다. 가장 근원적인 믿음, 즉 핵심 믿음(core belief)은 아주 깊은 수준의 믿음으로 그들 자신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사람들은 이러한 믿음을 의문 없이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예를 들어,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나는 이 글을 이해하기엔 너무 아둔해' 라고 생각할 수 있고, 그의 핵심 믿음은 '나는 무능하다'라는 것일 수 있다. 이러한 믿음은 그가 우울할 때에만 작동할 수 있고, 생활의 대부분 시간 동안 활성화되어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믿음이 활성화될 때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사실이 아닌 것들도 실제로는 모든 상황을 핵심 믿음의 관점에서 해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그는 자신의 핵심 믿음을 입증하는 정보에만 선택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고, 그와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개의치 않게 된다. 예를 들어 이 글의 작성자가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을 가능성, 충분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어렵다고 느낄 가능성 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고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굉장히 자기 비판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핵심 믿음은 스키마(schema)와 연관되어 있다. 스키마는 피아제(Piaget)의 용어로, 정보를 조직화하는 가상의 정신 구조를 말한다. 스키마 내부에는 핵심 믿음이 자리잡고 있고, 부정적인 정보를 접하게 되면 스키마가 활성화되면서 핵심 믿음을 뒷받침하는 정보들만을 선택적으로 유입되고, 핵심 믿음이 더욱 강화되는 것이다.
"핵심 믿음은 가장 근원적인 수준의 믿음이다. 그것은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경직되어 있으며, 지나치게 일반화되어 있다." 반면 자동적 사고는 특정한 상황과 관련하여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인지의 가장 표면적인 수준"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핵심 믿음과 자동적 사고는 어떻게 연결 되는가? 여기에는 중간 믿음(intermediate belief)이 관여한다.
3. 태도, 규칙, 그리고 가정들
"핵심 믿음은 태도(attitude)나 규칙(rule) 그리고 가정(assumption)들로 구성되어 있는 중간 믿음의 형성에 영향을 주며, 본인도 이 중간 믿음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어, 위에서 예로써 제시된 독자는 다음과 같은 중간 믿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태도: "무능력하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야"
규칙: "도전할 문제가 너무 크면, 포기해라"
가정: "만일 내가 어려운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실패할 수 있어. 만일 그런 일을 포기한다면, 난 괜찮을 거야." (55pg)
이러한 믿음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은 그 사람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즉, 핵심 믿음과 자동적 사고 사이에 중간 믿음이 위치한 다음과 같은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핵심 믿음 |
핵심 믿음과 중간 믿음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이는 인간이 초기 발달 단계에서부터 자신의 경험을 조직화하려 하기 떄문이다. 타인 또는 세상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인간은 다양한 대상에 대하여 "어떤 이해나 학습, 즉 믿음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인지행동치료자에게 중요한 것은 역기능적 믿음이 '탈학습'될 수 있으며, 치료를 통하여 보다 기능적인 믿음들이 개발되고 학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상태를 가능한 빨리 호전시키기 위해선 가능한 빨리 핵심 믿음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을 촉진해야 한다. 그러나 환자의 믿음이 확고할 경우 초기부터 핵심 믿음의 타당성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환자의 신뢰를 잃게 하고 치료적 동맹이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
인지행동치료의 일반적인 진행 과정은 때문에 초기에는 그들의 "핵심 믿음에서 나온 자동적 사고를 인식하고 수정하는데 초점을 맞추는데, 이는 자동적 사고가 의식적으로 인식하기 쉽기 때문이다." 치료자는 환자에게 다음과 같은 것들을 가르친다.
-어떤 것을 믿는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사실이라는 것은 아니다.
-생각을 바꿈으로써 좀 더 실제 현실에 기반을 둘 수 있고, 그럼으로써 기분이 나아지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57pg)
상대적으로 표피층에 위치한 자동적 사고를 반복적으로 다루면서 경험이 쌓이면, 환자들은 점차 그 기저에 위치한 자신과 세상, 타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근본적인 믿음의 깊이 있는 수정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는 미래의 재발을 막아 준다.
4. 자동적 사고와 행동과의 관계
지금까지 설명한 인지 모델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핵심 믿음 |
어떤 특정 상황에서, 한 사람의 내재된 믿음은 그 사람의 지각에 영향을 주고, 이는 자동적 사고를 통하여 표현된다. 이는 다시 그 사람의 감정, 행동, 생리적 반응에 영향을 준다.
5. 복합 인지 모델
"사건에 대한 일련의 지각이 자동적 사고로 연결되어 사람의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은 때때로 과도하게 일반화되어 보이기도 한다." 사고, 기분, 행동, 신체 생리, 환경 모두가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촉발 상황이라 한다. 다양한 촉발 사건, 자동적 사고, 반응들은 복합적으로 엮이면서 환자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촉발상황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별개의 사건들
-생각의 흐름
-기억
-심상
-감정
-행동
-생리적, 정신적 경험 (59pg)
치료의 진행 방식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인지 개념화는 필수적이다. 언제 자동적 사고, 믿음, 또는 행동에 대하여 작업을 해야 하는가, 어떤 기법을 선택하는가, 치료적 관계는 어떻게 증진시키는가 등의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서 인지 개념화는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치료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한다.
"이 환자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
"중요한 생활사건(외상, 경험, 사건들)이나 취약성은 어떤 것이 있는가?"
"환자는 이런 취약성에 어떻게 대처해 왔는가?"
"그녀의 자동적 사고는 무엇이며, 그 생각들은 어떤 믿음으로부터 나왔는가?" (61pg)
6. 요약
인지 용어로 환자를 개념화하는 것은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필수적이다. 또한 이러한 개념화를 통해 환자와 좋은 치료 관계를 형성하는 기초가 되는 공감(empathy)이 형성할 수 있다.
개념화는 첫 만남부터 시작되어 치료 과정을 통하여 계속된다. 치료자는 가설을 세우고 새로운 자료들을 통해 이를 수정하거나 기각한다. "치료자는 자신이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하여 가설을 세우고, 매우 신중하게 해석해야 하며 실제 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해석과 추리는 삼가야 된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화가 옳은지 환자와 함께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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