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1 감정에 대하여 가끔 아무런 생각 없이 글만 쓰고 싶은 때가 있다. 특히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인생에 휘몰아쳐 들어왔다가 나간 날이라던가, 내 안에서 솟아난 감정들이 나도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달아난다던가 하는 날에는 내가 집착하던 모든 공부, 일, 인간관계 따위의 것들을 내려두고서 가만히 방 안에 틀여 박혀서 혼자서 컴퓨터 자판이나 두들기고 싶은 것이다. 이럴 때 내가 꿈꾸는 이미지는 대강 이렇다. 좁은 방. 반투명한 유리창. 회색빛이 어렴풋이 들어온다. 우중충한 날씨에 고요한 적막.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옷들과 이불, 베개, 그리고 그 비슷한 것들. 나는 이 방 안에서 엎드리기도 하고, 일어서기도 하고, 기지개도 켜고, 그러나 대개는 웅크려 앉은 채로 골똘이 생각에 잠겨 조심스레 그것들을 활자로 옮기.. 2019. 5. 21. 이전 1 다음 반응형